음악실

정소녀&최병걸] 그 사람

jane gemma 2008. 5. 24. 12:50
[정소녀&최병걸] 그 사람
조회(1001)
m&memory | 2006/09/03 (일)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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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최병걸은 늘, 가수 최헌과 헷갈렸다. 왜냐면 같은 최씨이기도 하고 노래도 사실 비슷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히트했던(아닌가?) 최병걸 형님의 '진정 난 몰랐네' 이거랑 최헌 형님 '오동잎' 이건 왜 그렇게 비슷한 거였는데. 아무튼 내게 최헌과 최병걸은 과거 남진&나훈아 처럼 쌍으로 연상되는 두분 가수이기도 했다. 근데 최헌형님의 경우는 아무래도 함자가 '헌' 이렇게 끝나서 그랬는지 '허~' 하고 발음했을 때 오는 허스키한 느낌이 그분의 목소리와 매치되면서 뭔가 외래(外來)의 느낌을 주었다.

이에 반해 병걸이 형님은 그...조금 더 다정한 목소리에 약간은 허무한 듯한 가사, 거기에 걸맞은 니힐한 포즈, 언제 어느때건 찾아가 "삼춘아, 나 삼춘아 노래 좀 해주라. 나는 삼춘아 노래 들을 때가 젤 편하고 좋더라" 이럴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다.
살짝 튜닝의 시간을 갖고 감정 준비하시고 차근차근 기타줄을 뜯어주면서 조용히, 아름답게 노래를 불러줄 것 같은 그 시간. 늦은 겨울이면 보풀 돋은 갈색 스웨터를 걷어올리며 담배를 털어줄 것 같은 그 시간들이 지나면 괜히 아무 이유없이 나를 안아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난생 처음 듣는 LP와 누렇게 뜬 노래책들. 어려운 철학책과 만화책들이 뒤섞여 있을 것만 같은 그 방 아랫목에 누워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 지긋이 눈을 감게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아, 갑자기 충만해지는 이 감정, 이 삘...

아무튼 병걸이 형님은 그렇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병걸이 형님. 그닥다지 센치하지도 그닥다지 흥겨웁지도 않지만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도 벤치에 앉아있다가도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거리게 되는 그런 노래들을 남기셨다. 인생이 원래 그래. 사는 게 노래보다 나을 게 뭐 있냐. 나야 이렇게 한시절 좋아하는 노래나 부르다가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팍팍하게 살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밥 먹고 즐기고 고생하고 울어야되는 늬들은 또 뭐냐. 아, 슬프다. 뭐 그런 느낌. 그의 노래를 간혹 듣게 되면 그래서 반갑기도 하고 아득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 씨바, 삼춘아 처럼 나도 내 좋아하는 노래 신나게 부르면서 살란다. 뭐 그런 오기가 생기기도 하고. ^^

근데 너무 병걸이 형님 얘기만 한 거 같네. 사실 이 노래는 소녀 누님의 보컬이 9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소녀 누님...내겐 참 독특한 이름을 가지신 분으로 기억되고 이 분 역시 가수이기도 하지만 배우이기도 하고, 허참 형님과 <가족오락관>을 공동으로 진행하신 MC이기도 하시고. 그러니까 거의 현재적 의미에서의 만능엔터테이너로 기억된다. 영화에도 출연하셨던 거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고 나이가 꽤 되셨을 텐데도 항상 고왔던 모습이었던 거 같다. 지금은 뻥이라고 생각하지만 누님께서 외교적 문제로 혼혈 2세를 보셨다는 등의 루머도 꽤 있었고. 뭐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아무튼. 그래서 두 분이 정말로 다정하게 부르시는 이 노래 '그 사람' 별 것도 없는 기억, 억지로 짜내가며 m&memory 두번째 노래로 올려본다.
 
내겐 그 순진하면서도 솔직한 가사로, 병걸이 형님의 반듯한 화음과 소녀 누님의 정말 너무나도 소녀같은 보컬, 무엇보다도 이 두분의 다정한 코러스로 오랫동안 기억되어온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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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그냥가긴 너무 아쉬운 그사람 그사람
왜 그런지 어디서나 다시 만날것만 같은 사람 그사람
그사람 그사람 그사람

나를 좋아할것만 같은 그사람
나를 사랑할것만 같은 그사람 바로 그사람 그사람

내가 좋아할것만 같은 그사람
내가 사랑하게 될것만 같은건 바로 그사람 그사람

왜 그런지 어디서나 자꾸 기다려지는 사람 그사람
왜 그런지 언제나 자꾸 보고싶어지는 사람
그사람 그사람 그사람
나를 좋아할것만 같은 그사람
나를 사랑할것만 같은 그사람 바로 그사람
내가 좋아할것만 같은 그사람
내가 사랑하게 될것만 같은건 바로 그사람
 

그사람 _최병걸&정소녀,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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